나는 광안리를 편애한다. 스물다섯 여름은 광안리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좋아했다. 서서 거리공연을 보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맨발로 거리를 활보하다, 심야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던 숱한 날들. 광안리는 해운대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고 더 자유롭다. 분위기도 있고.


바싹 in 광안리
8월 18-19일 양일에 펼쳐지는 사운드웨이브페스티벌에 바싹이 참여한다. 나는 일요일에 부스를 찾았다. 개념미디어 바싹 8월호는 큰 지면으로 나오는 대신, 홍보 및 변명의 찌라시를 선택했다. 그리고 광안리를 찾는 분들에게는 개인 한정판 특별호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단 돈 3,000원에. 부스를 찾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기자들의 재능에 맞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추천해주고, 가위바위보로 그 날의 운세도 점쳐주고.
바싹으로 까몬까몬~




전에 지지가 빌려준 책이 있었다. 가난뱅이의 역습이라고. 아주 통쾌한 에세이집이다. 농성에서 음식 만들고 놀기, 경찰 바람 맞추기, 길에서 얼어죽기 전까지 노숙하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못쓰는 휴대폰 맡겨놓고 공짜밥 먹기 등... 가난하지만 재밌게 살 수 있는 법을 이야기한다. 가난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에 있다 이야기하며,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시민운동가 마쓰모토 하지메. 그를 광안리에서 만났다. 우리와 같은 부스에서 티셔츠와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서툰 영어로, 몇 가지 아는 일본어로, 드문드문 대화를 시도했지만... 통하지 않아 통역자원봉사자의 힘을 빌렸다. 으히. 팬이예요!
사운드웨이브페스티벌, 나는 이랬어
- 인디문화예술 단체 홍보 및 체험 판매 부스
- DJ, 힙합, 락 등 게릴라 공연 및 정기 공연
사운드 웨이브 페스티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내용은 대체로 좋았다. 좋은 공연도 많았고 풍성했고...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휴가끝물의 바닷가이기도 했고, 편집장님 말대로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곳"이어서 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끝나고 파티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창작자들이 왔고, 궁금한 곳이 많았는데 부스를 신경쓰느라 생각보다 교류하지 못했다. (그냥 놀러왔다면 달랐을까?)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 소음에 시달리다 와서 인지, 비교적 조용한 공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쓰모토 하지메와 참가자가 서로 제안하는 가난뱅이 데이트> 창작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떠들 수 있는 <창작자들의 수다> 즉석에서 그림, 글, 사진, 춤 추는 사람을 짝지어 30분 안에 작품 만드는 <게릴라 작품 만들기> 시인들의 <릴레이 시낭독> 등... 낯을 많이 가리는 나는 정해진 부스 말고도 이런 공간이 있었다면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을 것 같다. "노세요!"라고 말하는 축제였지만, 광안리야 원래 거리 공연이 많고 아무데서나 게릴라 공연이 펼쳐지는 곳 아닌가. 모인 사람들은 아주 반갑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장소였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광안리라는 공간을 빌어 창작자들이 놀 수 있는 곳이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 청년들이 만들고 청년들이 많이 온 행사여서 전부 스탠딩 공연이었는데 가족들도 많이 찾는 광안리인만큼 어쿠스틱 공연 등은 앉아서 볼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주도하는 문화행사가 많아지는 부산이 반갑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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